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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에 읽는 《변신》 내가 '벌레'가 된 이유.
    2025. 9.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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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한 가장이던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끔찍한 벌레로 변해버리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부조리한 현실과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내며, 서른이라는 나이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단순한 기괴함 이상의 깊은 공포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일까?

    발레

    이 글은 서른의 우리가 《변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교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존재의 이유가 '쓸모'가 되었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로 변하기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가장이었습니다. 그는 직업인으로서의 '쓸모'를 잃는 순간, 가족에게 짐이 되고 결국 방 한구석에 갇히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가족들은 그를 더 이상 '그레고르'로 보지 않고, 혐오스러운 '벌레'로만 인식합니다. 그의 존재 가치는 오직 가족을 부양하는 '기능'에만 있었던 것입니다.

     

    서른 즈음,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가치를 '연봉', '직업', '사회적 지위'와 같은 **'쓸모'**로만 판단하곤 합니다. 나의 존재 이유가 오직 회사나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변신》의 그레고르처럼 소외되고 스스로를 혐오하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역할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존재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2. '소외'라는 감옥에 갇힌 현대인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가족과의 소통이 단절되고, 자신의 방이라는 작은 공간에 갇히게 됩니다. 그의 외로움과 고통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합니다. 이 모습은 극심한 경쟁과 개인주의 속에서 점차 고립되어 가는 현대인의 삶을 상징합니다. 겉으로는 함께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깊은 외로움과 단절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변신》은 우리가 겪는 소외감의 근원이 타인의 혐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벌레'로 여기는 자기 비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순간 우리는 자신만의 '방'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3. '인간성'은 선택의 문제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는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의식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는 가족을 걱정하고,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합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점차 그레고르에게 남아있던 인간성을 외면하고, 그를 단순한 '벌레'로만 취급합니다. 결국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야 가족들은 비로소 자유를 느낍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남아있는 공감과 사랑, 그리고 타인을 향한 연민이 아닐까요?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으로 '벌레'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키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변신》은 우리에게 타인의 모습을 존중하고, 나 자신의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혐오스러운 '나'를 포옹하는 용기

     

    《변신》은 불편하고 기괴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의 우리가 겪는 소외, 불안,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서른에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내 안에 숨겨진 '벌레'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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