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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조각하는 고통의 손, 한강 작가의 『그대의 차가운 손』책 2025. 9. 16. 15:18반응형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은 2002년에 출간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석고로 본뜨는 조각 기법)을 주요 소재로 삼아, 우리 존재의 외면과 내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과 상처를 탐구합니다.
1. 줄거리: 예술로 드러내는 실존의 고통
이 작품은 조각가 장운형의 실종과 그가 남긴 수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액자 소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화자인 '나'는 우연히 만난 조각가 장운형의 수기를 읽으며 그의 예술과 삶을 추적합니다.
장운형의 수기에는 두 여성, L과 E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비만 콤플렉스를 가진 L은 장운형의 라이프캐스팅 모델이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합니다. 어린 시절 육손이였던 E는 자신의 차가운 손 뒤에 숨겨진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장운형은 이들의 몸을 석고로 본뜨는 작업을 통해, 겉모습 뒤에 숨겨진 내면의 상처와 진실을 탐구합니다.
소설은 장운형의 행적을 좇는 과정에서, 인물들이 지닌 외면의 **'껍데기'**와 내면의 **'진실'**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지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2. 작품 속 교훈: 아름다움과 상처는 연결되어 있다
『그대의 차가운 손』은 아름다움과 흉함, 진실과 거짓, 따스함과 차가움 등 이분법적인 가치들을 넘나들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 차가운 손의 의미: 소설의 제목인 '차가운 손'은 단지 물리적인 차가움을 넘어, 삶의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마음이 굳어지고 차가워진 인간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 진실을 조각하는 예술: 조각가 장운형의 라이프캐스팅 작업은 눈에 보이는 외형을 그대로 옮기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깊은 고통과 숨겨진 진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예술 행위가 됩니다. 작가는 상처를 직시하고 그 본질을 파고드는 용기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3. 현대적 의미: 상처를 껴안는 따뜻한 시선
이 소설은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는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라는 문장처럼,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차가운 손을 기꺼이 어루만지는 행위를 통해 고통을 나누고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지닌 상처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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