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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요한 침묵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위로, '흰'이 건네는 이야기
    2025. 9. 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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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고요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책입니다. 작가가 2014년 바르샤바에 머물던 중 '흰'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65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흰색과 관련된 모든 것을 통해 삶과 죽음, 상실과 위로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이 책은 '흰'이라는 색이 지닌 순수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1. 줄거리: 흰색으로 그려낸 삶의 파편들

    『흰』은 전통적인 서사와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대신, 작가는 눈, 백지, 소금, 쌀, 흰 천 등 '흰'이라는 색과 관련된 사물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그와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언니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는 언니가 입었을 흰색 배냇저고리, 아기를 묻은 차가운 흰 눈, 그리고 언니의 빈자리를 채웠던 가족의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각 장은 독립적인 단상이지만, 이들은 '상실'과 '회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됩니다. 작가는 순수한 흰색 속에서 고통과 슬픔을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희망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여줍니다.


    2. 작품 속 교훈: 상실과 치유의 의미

    『흰』은 '흰색'이라는 단일한 색을 통해 삶의 깊은 진리를 통찰합니다.

    • 순수와 상실: 작가는 흰색이 가진 순수함이 어떻게 상실과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의 순수함, 그리고 그 죽음이 남긴 빈자리의 공허함이 흰색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순수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남는 아픔과 슬픔을 상징합니다.
    • 고요한 위로: 이 책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가는 고요하고 담담한 문장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상실의 감정을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흰색이 모든 색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고요하게 품어내며 독자에게 차분한 위로를 건넵니다.

    3. 현대적 의미: 여백의 미학과 존재의 소중함

    『흰』은 바쁘고 시끄러운 현대인들에게 **'여백의 미학'**을 알려줍니다. 수많은 정보와 자극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흰'이라는 여백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삶의 본질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흰』은 단순히 '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존재의 흔적과 그들을 기억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담은, 가슴속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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